아주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포스팅을 하려니 조금 민망하다.
포스팅이 뜸했던 지난 삼 개월동안 두 달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느라 바빴다(핑계).
그리고 최근 한 달은..... 코로나와 싸우고 현생으로 돌아와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느라! 블로그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하하
그래서 삼 개월의 공백을 깨는 이번 포스팅은 '코로나 확진일기'가 될 것 같다.
지난 7월 12일 집 근처 임시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 후 7월 13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는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마구 증가했을 때라, 확진판정 받고 그 다음 날 오전에 치료소를 배정받았다.
양성 판정 받자마자 친구 중에 몇 개월 전에 코로나 걸렸던 친구에게 연락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치료소 생활 나름의 팁도 전수받았다.
내가 배정받은 치료소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생활치료센터'.
이 치료소는 코로나가 처음 막 시작되었을 때 우한에 있는 우리 교민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격리생활을 하던 곳이라고 봤는데,
최근 확진자 수가 많아지면서 내가 입소하기 며칠 전부터 생활치료소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입소할 당시에는 해당 센터에 대한 후기가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
혹시라도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입소하는 사람이 있다면 후기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14일(확진 판정 후 다음 날), 오전 9시에 치료소가 배정되었다고 문자를 받았다.
이렇게 문자가 오고 보건소에서도 한 번 더 전화가 온다.
그리고 나면 이송 담당하시는 분이 또 연락을 주신다. 몇 시까지 어디어디로 나와있으라고 하심.
(친구는 방호복입고 앰뷸런스타고 갔었는데 그렇게 하면 주변에 확진됐다고 소문나고 그러는 경우가 있어서... 요새는 장소로 나와있으면 태워간다고 함.)
대부분의 치료소에서는 가져갔던 소지품은 다 버리고 나오는게 원칙이고, 나올 때 입을 옷은 밀봉해서 가져가고 전자기기 같은 경우 닦아서 들고나올 수 있다고 안내받는다. 손 빨래 할 수 있게 빨래비누를 지급해준다.(내 친구, 우리 언니가 지냈던 센터 모두 동일)
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손빨래 한 번 하긴 했는데, 몸이 성치 않아서 그런지 빨래 널고나서 눈 앞이 핑 돌고 숨이 안쉬어지고 해서 바닥에서 심호흡했다.......^^
손 빨래 너무 힘들겠다 싶으면 그냥 빨래 안 할 생각으로 넉넉하게 가져가는 걸 추천.
기초적인 생활용품은 전부 준다. 샴푸,린스,바디워시까지 모두 다!! 수건도 7장 줌.
내가 개인적으로 챙긴 것은 속옷(5개), 센터에서 입고 생활할 옷(버리고 올 것-상하의 두 세트), 수건 두 장(버릴 것), 입고 나올 옷(밀봉), 스킨로션, 생리대, 노트북, 이북리더기, 멀티탭(핵중요★), 2m충전기(중요★), 간식(있으면 좋음), 지갑(돌아올 때는 알아서 와야 함), 마스크(치료소+돌아오는 날 착용)이었다.
먼저 코로나 걸렸었던 친구가 격리소에서 막 입을 다이소 냉장고바지랑 간식, 2m충전기 사다가 집 앞에 배달 해줬다. 진짜 너무 고맙고 감동이었음
일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치료센터로 간다면 멀티탭과 2m충전기는 정말 필수라고 생각한다. 콘센트가 딱 1개 밖에 없기 때문이다...
2인 1실인데 벽 구석에 붙은 콘센트 하나......
본인이 고열 증상이 없거나 추위를 많이 탄다면, 얇은 겉옷이나 담요를 챙겨가는게 좋다.
열이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보니, 에어컨이 정말 빵빵하게 잘 나온다. 제일 약하게 틀어도 좀만 틀어두면 춥다.
(나는 룸메가 너무 옷을 얇게 입어서 고열인데도 에어컨을 못 틀었음)
그리고 요새도 그 업체에서 식사를 제공하는지 모르겠지만 도시락이 생각보다 맛이 없고(공통적의견),
입소할 때 제공되는 컵라면 작은 컵 말고는 다른 간식은 일체 없기 때문에 달달한 사탕이나 초콜릿같은거 챙겨가면 좋을 것 같다.
최근 리뷰에서는 과일과자음료수가 저녁에 같이 나온다고 하는걸 보니...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마이쮸 복숭아맛 챙겨가서 잘 먹었음... 그리고 진짜 10일 동안 과일이 너무너무x100 먹고싶었다. 퇴소 날짜 맞춰서 각종 과일 쓱배송 시킴....
약은 어플에 신청하면 하루에 두 번? 세 번? 정도 정해진 시간에 돌아다니면서 나눠주시는데, 고열+두통인 경우 주시는 약은 타이레놀 뿐이니 본인이 챙겨갈 수 있다면 챙겨가는 게 좋을 듯.
(의료진이 생활실 건물에 출입할 때마다 방호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드나들기가 어렵고, 한꺼번에 취합해서 나눠주는 수 밖에 없어서 그렇다.)
아래는 내가 지냈던 생활실 사진이다.
2인 1실로 지내고, 모든 쓰레기는 저 주황색 봉투에 담아서 뚜껑 닫은 후 테이핑하여 배출해야 한다.(그래서 테이프와 가위가 지급봉투에 같이 들어있음)


생활관 앞에 도착하면 내려서 생활치료센터 어플을 설치하고, 입소 날짜, 센터 코드 같은 것들을 입력한다.
하루 두 번 체온측정+증상체크(+필요시 약 신청)가 이루어지는데, 내 기억으로는 아침 7시와 오후 3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3시경이었고 들어가자 마자 체온, 맥박, 산소포화도 재서 입력하고 증상 있으면 입력하라고 안내받았다.
근데 올라가서 받은 물품에 체온계만 있고 산소포화도 재는 기계가 없어섴ㅋㅋㅋㅋㅋㅋㅋ 손으로 맥짚어서 맥박 측정하고 산소포화도는 결국 측정 못함.

1인당 지급되는 물품들! 이 중에서 진짜 사용한건 절반도 안되는 것 같다. 다 쓰고 더 달라고 하면 준다. 그래서 물은 더 받아서 마심.
생활실에 공통으로 지급되는 물품은 전기포트랑 컵라면!

식사는 하루 3번, 내 기억상 9시 12시 7시 즈음에 배식했던 것 같다. (틀릴 수 있음)
먹었던 식사 사진은 아래에 몇 장만... 첨부해 본다.
몇 장 찍어뒀던 음식 사진들.
놀러온 거 아니니 밥 주는 것에 감사해야하는 게 맞지만... 사실 식사 만족도가 높진 않았음.
10일동안 받았던 식사들 대부분 반찬에 손 못대고 밥이랑 국만 몇 번 떠먹고 다 버렸던 것 같다.



코로나에 걸리면 사람마다 심하게 겪는 증상이 다 다르다고 하던데, 나는 고열과 두통이었다.(내 친구와 언니는 인후통)
입소 후 며칠간 체온이 38-39도 반복이었고, 두통이 정말 심해서 둘째 날 아침에 체온 재고 본부로 전화해서 제발 병원 보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내 앞에 병원 이송 기다리는 확진자만 8명이었고 그마저도 인근 병원에서 자리가 안생겨서 무한 대기중이라고... 해서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분들이 너무 고생많으시고 감사해야하는데 너무 아프니까 말이 정상적으로 안나오더라... 통화했던 의료진 분이 너무 친절하게 말씀해주시고 같이 안타까워해주셔서 전화 끊으면서 눈물났다.
초반 4-5일 정도는 고열+두통 반복이었고 그 때마다 타이레놀 주셔서 하루에 6알씩 타이레놀을 먹었다.
그리고 결국 타이레놀 때문에 속이 메스꺼워서 제대로 식사 못함의 반복....
두통과 고열이 좀 나아지고 나서부터는 식사량이 조금이지만 늘긴 했는데, 그랬더니 또 바로 설사를 시작했다.(코로나 증상 중에 설사가 있음)
그래서 설사 증상 입력하고 약 신청했더니! 이렇게 약 봉투가 왔다.

퇴소일은 확진 판정일 +10일.
관리본부에 전화해서 생수 부탁드리는 겸, 나가는 날짜가 정해져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네 정해져있죠! 언제 나갈거에요" 하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퇴소 하루 전날! 생활치료센터 어플 알람으로 퇴소 전 안내문이 온다.

그리고 아침식사 배식하면서 퇴소 키트와 안내문이 같이 온다.
퇴소 키트는 가운+장갑+모자+페이스쉴드+신발 커버(?)+마스크의 구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침 식사 후, 내가 사용한 물건들과 입었던 옷들 모두! 주황색 봉투에 담아 뚜껑닫고 테이핑 해서 배출한다.
그리고 나서 나갈 준비 하고, 돌아갈 때 입으려고 가져온 옷으로 환복한 후 가운+신발 커버+장갑+페이스 쉴드 착용후 대기한다.

오전 10시부터 퇴소 시작하고, 의료진분이 돌아다니면서 한 사람 한 사람 불러주신다(정말 극한직업이구나 싶었음).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면 소독하는 곳이 있고, 그 곳을 거친 후에 가운, 장갑, 커버 모두 버리고 귀가하면 된다!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보니 역으로 가는 사람들을 큰 관광버스에 태워서 온양온천역(지하철), 천안아산역(KTX/SRT 정차역)에서 한 번씩 내려준다.
(콜택시 이용하거나 자가용 이용하는 사람은 자유롭게 이용하면 됨)
버스 안에서 SRT어플로 기차 예약해서, 내리자마자 바로 승강장가서 조금 기다리다가 바로 탈 수 있었다.
우여곡절 생활치료소 이야기 끝!
이미 꽤 많은 후기들이 올라온 것 같지만,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생활치료센터를 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록의 의미로, 격리소에서 정리했던 확진일기 추가해본다.
코로나 확진 일기
7월 12일 월요일 (고열 시작 및 검사) _ 고열과 두통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열이 미친듯이 올랐다. 거의 38.5도까지.. 한 여름 가죽 소파 위에서 잠드는데도 추워서 이불을 끝까지 덮어쓰고 잤는데, 정말 온 몸에서 열이 났다. 평소에 몸살이나 열이 잘 나지 않아서 이런 고통은 또 처음이었는데.. 뇌를 뜨끈한 불가마에 던져놓은 기분이었다. 머리가 미친듯이 아프고 이러다가 진짜 세상 하직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자놀이에 총알 한 발 쏴서 이 고통을 다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고 정신이 몽롱해지며 사리분별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열을 내리기 위해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타이레놀을 찾아 먹고 혹시 모르니 마스크를 쓰고 다시 잤다.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잠을 청하니 열이 좀 내리는 듯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냉방병이라고 믿었다(행복회로에 가깝다).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말끔하고 체온도 정상이었다.(타이레놀 덕분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검사받자는 생각으로 – ‘음성 결과서를 받아야 일반 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집에 돌아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데 약발이 떨어짐과 동시에 두통과 열이 다시 시작됐다. 마지막 15분-20분 남짓한 시간을 노트북 앞에서 제대로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무의식에서는 코로나가 맞겠다고 확신했는데 그 때 까지도 행복 회로를 오지게 돌렸다.
언니랑 매일 같이 밥도 같이 먹고 같이 놀았기 때문에 언니도 이미 코로나 맞겠지 뭐 하는 마음으로 이때까지도 저녁을 같이 먹었다. 저녁을 먹은 후 타이레놀 한 개를 먹고, 잠들었다.
7월 13일 화요일 (확진 판정)_고열과 두통, 인후통
전 날의 타이레놀 덕분인지 역시 아침 기상은 개운했다. 9시부터 시작될 강의를 준비하는데, 보건소에서 양성 전화가 왔다. 진짜 눈물 날 것 같았다... 진짜 겨우 눈물 참고 엄마한테 양성이라고 말해주고, 알바 하는 곳 점장님, 강의 담당자분한테 양성 사실을 전달했다. 내가 뭐라고 아르바이트 하는 곳 전원, 가족 세 명 모두 검사를 받아야 했다.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진짜 남한테 피해주는 거 너무 싫었는데... 친구도 코로나 검사 받아야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루 종일 우리구-알바하는 곳 행정구역 보건소에서 계속 전화를 받았고 강의 운영진 전화도 간간히, 대구시청 전화도 간간히 받았다. 마스크 쓴/벗은 사진 두 장과 가족 연락처/직업, 증상 발현 이틀 전 부터의 동선을 표로 정리해서 전달 드리고, 카드번호도 전부 불러드렸다. 확진자 수가 많아서 치료소 배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증상 관련해서는 지난날보다 인후통이 훨씬 심해지고 목소리가 완전 가버린 상태였다. 두통과 열은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냥 타이레놀 덕분에 그렇게 느껴졌던 거였다.
7월 14일 수요일 (치료소 입소 – 치료소 1일차)_두통, 인후통
아침에 일어나니 열은 확실히 떨어진 것 같았다. 두통은 미세하지만 많이 좋아졌다. 아침 9시경에 치료소가 배정되었다고 연락을 받았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이송될 거라고 문자를 받았다. 친구가 유튜브에 검색하면 정보가 많이 나올 거라고 했는데 이 시설이 치료소로 열린지 얼마 안돼서 정보는 많이 없었다. 블로그에 뒤지고 뒤져서 나온 포스팅 한 두개가 다였다. 이송 시간이 점심시간이랑 겹치니 점심식사를 꼭 하고 오라는 보건소 직원분의 당부가 있었고 나는 애매하게 아점으로 첵스 초코를 두 사바리 먹는 바람에... 그대로 출발했다.
아파트 큰 길가 근처로 나와있으라는 전화를 받고, 계단을 이용해서 나갔다. 이게 마지막으로 쐬는 바깥 바람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이송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스크 안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운전하면서 창문 열어놓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봤다. 저런 사람들도 코로나 안 걸리는데 내가 걸린 걸 보면 정말 운이 없어서 걸린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송버스에 타고나서 멀미도 안했고, 두통이라던지 열감도 없어서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도착 후 저녁부터 머리가 미친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약발이 떨어졌는데 추가 투약을 안 해서 그런 것 같았다. 여기 시스템이 약을 신청하면 그 약들을 모두 취합해서 한 꺼 번에 나눠주는 시스템이라(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고 방문 앞에 놔준다) 내가 약을 신청한 타이밍과 약을 수령하는 시점에 시간적 갭이 좀 있는데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속까지 안좋아 저녁은 스킵했다.
시설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별로였지만 놀러 오는 곳도 아니고 격리되어 살다가 가는 곳이니 그러려니 했다. 다만 룸메이트라도 잘 만나길 빌었는데 룸메이트가 정말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유형의 사람이라.... 그냥 10일이 빨리 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7월 15일 목요일 (치료소 2일차)_고열, 두통, 인후통
아침 체온이 39.4도가 나왔다. 머리가 미친듯이 아팠고 진짜 죽겠다 싶어서 상황실에 전화해서 병원으로 이송해줄 수 없는 지 물었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고열인 만큼 바로 옮겨주고 싶어했는데, 내 앞에만 병원 이송을 기다리는 사람이 8명정도, 주변 병원에서도 자리가 없어서 대기중이라고 했다. 열을 내리기 위해서 샤워도 하고 물수건을 얼굴에 올리기도 하고 갖은 노력 끝에 38도가 되었다... 38도가 낮은 체온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려가고 있으니 우선은 약을 조금씩 써가면서 지켜보자고 했다. 두 번째로 통화한 의료진 분이 너무 친절하게 말씀하셔서 조금 누그러졌다고 해야하나... 어차피 줄 수 있는 약은 타이레놀 뿐이라고 하셔서 약도 정말 열심히 털어먹었다.
9시 조금 넘어서 순차적으로 엑스레이 촬영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내가 찍을 때쯤에는 거의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사람이 많기는 정말 많구나, 싶었다.
어떻게든 여기를 빨리 나가려면 빨리 낫는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꾸역꾸역 먹었다. 흰 쌀밥에 국물만 대충 먹기 시작해서 나중엔 반찬도 조금씩 집어먹고.... 식사는 도시락으로 제공을 해줬는데, 한식이긴 하지만 건강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 치료소 근처에 아무것도 없어서, 단체 도시락 하는 곳이 한 군데밖에 없나 보다.
7월 16일 금요일 (치료소 3일차) 고열, 두통, 기침
오늘 아침 체온은 38.6도였다. 어제보다는 훨씬 나은 수치지만 그래도 높은 체온이긴 하다. 어제보다 두통도 훨씬 덜해서(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오른쪽과 왼쪽 관자놀이-측두엽? 부분이 쿡쿡쑤신다) 노트북도 하고 이북도 꺼내서 좀 읽었다. 물론 읽다가 계속 잠들었지만ㅎ 아침도 그냥저냥... 먹었고 점심도 그냥저냥...먹었는데 점심에 생선 까스가 나와서 그걸 집어먹었더니 바로 설사를 했다. 이제 기름진 음식은 함부로 먹을 수 없는 위장이 되어 버렸나 보다. 코로나 증상 중 하나로 설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음식을 잘못 먹어서 그런 듯 하다.
뭔가 코가 막힌 것은 아닌데 코 끝에서 계속 약 냄새? 병원 냄새? 같은 게 계속 맴도는 느낌이다. 음식을 먹으면 맛이 안 느껴지는 것은 아닌데...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 마시거나 하품을 할 때 명치 쪽이 좀 답답하게 아픈 느낌이 드는데, 이게 코가 막혀서 그런 것인지 코로나의 다른 증상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임상 증상에 적어서 제출하긴 했는데, 언제쯤 대답이 올 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마른 기침이 잦아졌다. 어제, 그제 기침을 하긴 했는데 가래 섞인 기침이었고 빈도는 훨씬 적었다면 오늘 하는 기침은 훨씬 자주 나오는데 마른 기침이었다. 그 외 인후통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목소리는 아직 안 돌아왔는데, 침 삼킬 때마다 아프거나 한 것은 사라졌다.
7월 17일 토요일 (치료소 4일차) 고열, 두통, 기침
오늘 7시 체온 역시 38.6도였다. 일어난 지 얼마 안됐을 때 잰 거라 이렇게 높게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은 것 같아 샤워를 하면서 손빨래를 좀 했다. 수건 몇 장이랑 속옷 몇 장, 티셔츠 두 개를 손빨래 했는데, 대야에 빨래를 담아서 건조대에 빨래를 널려고 가져간 순간 숨이 엄청 차고 속이 미식거리고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침대에 쓰러져서 심호흡하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료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7시 체온이 38.6도가 맞는 지+엑스레이 결과 안내해주는 전화였다. 나는 내가 가끔 명치쪽이 막히는게 엑스레이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물어본 거였는데, 다행히 엑스레이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코로나 19 일반적인 증상이니 너무 걱정 말라는 말... 그리고 증상이 있을 때는 손빨래는 왠만하면 하지 말라고 했다. 근데 그러면 입을 옷이 없는데 어떡해요... 조금 숨 좀 돌리고 빨래를 널었다. 점심 때 즈음에 타이레놀 6알과 위장약 두 알을 가져다 주셨다. 내가 며칠 새 계속 타이레놀을 6알씩 먹으니까 위장약을 함께 주셨나 보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잔기침이 엄청 늘었다. 마른기침을 엄청 많이 하고, 두통 약간에 어지러움 약간, 열 조금 있고... 그래도 아침먹고 타이레놀 두 알, 점심 식사 후 두 알 먹고 3시에 체온을 재니 정상 체온이었다. 치료소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정상 체온이 나와서 너무 감격했다. 오후로 갈수록 정신이 좀 들어서 넷플릭스로 드라마도 보고 했다.
7월 18일 일요일 (치료소 5일차) 고열, 두통, 기침, 콧물
그러면 그렇지 오늘 7시 체온은 역시나 38도대였다. 38.5도! 사실 지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엄청 뒤척거렸었는데 그 영향인지, 원래 자고 일어난 지 얼마 안된 상태라 그런 건지. 그리고 오늘따라 컨디션이 영 별로였다. (아무래도 전날 저녁을 너무 대충 먹어서+잠을 못 자서) 묘하게 어지럽고 속이 미식 거렸다. 아무것도 안 먹으면 약을 못 먹으니 할 수 없이 국물만 대충 떠먹었다. 그리고 진짜 밥 도저히 더는 못 먹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적어도 5일은 더 있어야 할 텐데 5일동안 이 밥을 똑같이.......계속 먹으라고 한다면.... 도저히 못 먹을 것 같다.... 택배로 과일 잔뜩 시켜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발열과 두통은 여전하고, 그 외 증상으로는 기침+가래, 그리고 콧물이 시작됐다. 맛은 느껴지는데 냄새가 잘 안 맡아지는 건 아무래도 콧물때문에 코가 막혀서...아닐까 싶다.
7월 19일 월요일 (치료소 6일차) 고열, 두통, 기침, 설사
여전히 기상 체온은 높았다. 38.1도.... 생각보다 좀 컨디션이 많이 돌아왔나? 싶었는데 샤워 하고나서 또 갑자기 숨차고 미식거리고 현기증이 나서 머리도 제대로 못 말리고 침대에 누워야만 했다. 이게 식사를 조금만 해서 그런 건지 부실하게 해서 그런 건지 아님 정말 체력이 거지가 된 것인지.... 또 숨 좀 돌리고 아침을 꾸역꾸역 밀어 넣으니 약간 편해지는 듯 했다. 마지막 타이레놀을 아침에 먹고 나니 두통은 확실히 좀 덜 한 느낌이 있었다. 3시 체온은 36.5도로 정상이었다. 원래 자고 일어나면 체온이 좀 떨어진다던데.... 어째 기상 체온은 이상할 정도로 높고 오후가 되면 정상으로 돌아오는지. 미스테리하다. 점심 저녁부터는 도저히 밥이 안 넘어가서 도시락에 있는 반찬 위주로 집어먹었더니 그거 좀 먹었다고 바로 설사를 했다. 시발... 저녁에 설사를 한 번 하고 나니까 그 때부터 열도 급하게 올라서 잠들기전까지 너무 고생했다.
7월 20일 화요일 (치료소 7일차) 두통, 기침약간
아침에 일어나니 정말 다행이었던 건 열이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는 것...38.0도. 밤새 엄청 뒤척여서 열이 완전 올랐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아침까지 먹고 나니 점심에 약 꾸러미가 왔다. 설사약+기침약+두통약+위장약까지.... 이제 슬슬 나갈 때가 됐는데 나을 기미가 안 보이니 약을 이렇게 잔뜩 준 건가 싶었다. 확실히 설사약 기침약을 먹으니 설사도 덜하고 기침도 많이 줄었다. 타이레놀은 아침 체온이 안 떨어지니 처방해준 것 같은데 같이 따라온 위장약이랑 먹으니 정말 쉣이었다. 물 좀 더 달라고 전화했다가 혹시 언제 퇴소 날짜 정해져 있냐고 물어보니 나는 금요일이라고 했다. 확진 판정 받고 10일째 되는 날에 내보내 주는 듯 하다.
7월 21일 수요일 (치료소 8일차) 증상 거의 없음
오늘은 기상 체온이 정상체온으로 측정되었다!!! 감격했다. 근데 이게 타이레놀 덕분인지 정말 몸이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난 며칠 새보다 몸이 많이 가볍고 머리 두통도 많이 줄었다. 아침 도시락을 열었는데 세상에 바나나!!!!! 너무 감격이었다. 도토리 묵이랑 명엽채 볶음 좀 먹고 바나나를 먹었다. 국통위에 담겨져서 온 바나나라서 많이 따뜻했지만.... 과일이 어디야... 하는 마음으로 먹었다. 아침 먹고 네이버 블로그에 좀 찿아봤는데,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퇴소한 후기가 몇 개 올라와있었다. 다들 입을 모아 욕을 한 바가지씩 하는 걸 보니 내가 예민한 게 아니고 여기가 많이 허술한 거였구나 싶었다. 의료진 분들이 너무너무 고생하시는 건 아는데 진짜 여기 더 오래 있다간 스트레스 받아서 병이 낫는 게 아니고 더 악화될 것 같았다....
정신이 좀 돌아오니 나가서 뭘 할지, 어떻게 해야할 지 계획 같은 걸 세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정신없이 아팠을 때는 계획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또 약간 살만하다고 이렇게.... 딴생각도 하고...... 이제 기침약/설사약 끝인데 제발 퇴소 때까지 큰 증상없이 무난하게 지나가서 퇴소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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